ONE FINE DAY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어떤 일상 속 고수.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씨 같다. 모직 코트에 장갑, 머플러까지 두르는 걸 보고 소름이 돋더라(촬영하는 날 체감 온도는 37.5℃, 습도는 80%에 달했다).
(웃음) 견딜 만했다. 다행히 옷이 많지 않아 여유가 있었다. 스태프들도 고생하는데 뭐. 그리고 요즘은 선풍기가 시원해서 참을 만하다. 며칠 전 드라마 촬영 땐 스태프들이 허리춤에 차는 선풍기를 주더라. 옷 속으로 바람이 들어오는 구조인데, 30초 만에 땀이 마르더라. 세상 좋아졌지.(웃음)
드라마 <미씽 2> 촬영이 한창이다. 올여름은 유난히 더워서 고생이 많겠다.
장마가 길어져서 촬영이 뒤로 밀렸다. 이제 본격적인 촬영 시작이다.
무더위 걱정보다는 작품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선 뛰는 신이 많다.(웃음)
체력은 괜찮나? 운동을 매일 하는 것 같던데.
관리를 잘해야지. 괜찮도록 관리하는 것이 연기자의 몫이니까. 운동은 매일 하려고 하는 편이다.
근력 운동보다는 유산소나 스트레칭 위주로 꾸준히 하려고 한다.
등산이나 골프도 좋아하고. 산에 오른 지도 오래됐다.
조금 더 역동적인 스포츠를 좋아할 것 같은데, 의외다. 어느 산을 좋아하는가?
낮은 산도 무거운 짐을 메고 빨리 올라가면 힘들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운동이 될 수 있다.(웃음)
등산의 매력은 상황에 맞게 즐길 수 있다는 거다. 천천히, 또 고되게 조절할 수 있다.
그러면 전혀 다른 운동이 되니까. 경치도 좋고. 우리나라는 좋은 산이 참 많다.
그중에서도 북한산이 매력적이다. 오를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촬영이 없거나 운동하지 않을 때는 주로 무엇을 하나?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동산에 간다. 자주 가는 편인데, 요샌 내가 더 재미있어하는 것 같다.(웃음)
놀이 기구를 타지 않아도 산책하거나 이벤트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공공장소에 가는 게 불편하진 않나? 그것도 아이들과 함께.
원래 사람 많은 곳에 잘 돌아다녔다. 요즘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다 보니 알아보는 사람도 적은 편이다.
설령 알아본다 해도 “혹시 제가 생각하는 분 맞죠?”라고 묻고는 매너를 지켜주신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아야지. 그게 좋다.
여전히 잘생겼다. 현장에서도 스태프들이 “잘생겼다”는 혼잣말을 종종 하더라.
그런데 이제 잘생겼다는 말은 좀 지겹지 않나?
지겹지 않다.(웃음) 좋게 봐주시는 거니까. 그런데 요샌 좀 책임감을 느낀다.
관리라고 해야 하나, 운동도 더 열심히 하게 되고 몸에 좋은 것도 많이 먹으려고 한다.
여전히 조각 같은 얼굴이지만, 전과 달라졌다. 좀 더 강인해졌다고 할까, 아니면 집중력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되려고 노력 중이다. 보다 강하고 집중력 있게.
이젠 얼굴에서 배우로서 책임감이나 집중력, 강인함 같은 게 느껴졌으면 한다.
여전히 청년미가 넘치지만, 활동을 꽤 오래 했다.
그런가? 세어보지 않아 횟수는 모르겠지만, 여러 작업을 했다.
그런데 난 아직도 현장에선 막내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연기하려 하고.
얼굴이 선하게 생겼다. 목소리도 착하고 호소력도 짙고.
살면서 나쁜 짓 한 번도 안 해봤을 거 같은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고수라는배우가 연기하는 악역이 잘 상상되지 않는다. 그런 배역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나?
오히려 악역이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나?
얼굴에 악당이라고 쓰여 있는 건 아니니까, 이런 마스크에서 그런 행위가 나오면 더 임팩트 있지 않을까?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다. 잘해낼 자신도 있고.
배우로 살면서 신념이나 가치관 혹은 원동력 같은 게 있다면?
기다림. 인생도 연기도, 커리어도 모두 기다림의 연속인 것 같다.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예전엔 현장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많았다.
한 신을 찍기 위해 꼬박 하루를 기다린 적도 있고.
어떤 때는 지루하기도 하지만, 그런시간을 잘 넘겼기에 지금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잘 참는 것, 잘 기다리는 것.
30대의 고수와 가장 달라진 건 무엇인가?
표현하는 방식. 이전엔 다소 직설적(?)이었다. 문제를 지엽적으로 바라본 게 아닐까 한다.
지금은 보다 많은 것을 생각하려고 한다.
언어나 몸짓 그리고 뉘앙스 같은 부분을 조심하려 하고.
<미씽 2> 촬영을 위해 머리를 길렀다. 파격적인데, 잘 어울린다.
걱정이 많았다. 우려되는 부분도 좀 있었고.(웃음)
시즌 2 제작이 결정된 후 감독님, 작가님이 함께한 자리에서 머리를 길러보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시즌 1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했고, 한편으론 도전이 라 여겼다.
그런데 만족한다. 고수라는 배우에서 단지 머리만 기른 것 뿐인데, 모니터를 보니 느낌이 꽤 다르더라.
시즌 2 제작은 처음부터 예정된 건가?
사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진 않는다.
다만 눈앞에 있는 걸 열심히 하자는 주의라 시즌 2까지는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다음 이야기를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이 꽤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작품에 대한 욕심도 났다.
요즘 촬영이 한창인데, 지금 같은 시기에 필요한 드라마가 아닐까 한다.
사람들의 아을 보듬어주는 이야기, 그리고 사람들. 그런 게 드러나는 드라마다.
촬영이 연말까지 예정돼 있다. 올해는 별다른 계획을 잡을 수 없겠다.
시즌 2 제작이 결정된 후로는 모든 것을 작품에 맞추고 있다.
가장 중요한 미션인 만큼 다른 데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 직업을 선택한 것, 출연한 작품을 선택한 것, 그리고 지금 이자리에 있는 것.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모든 게 다 연결돼 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