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낯선, 우기로부터
언제 어디서나 흐름을 잃지 않는 우기의 세계.
그때 느낀 건 이런 저 자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거예요.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본래의 나는 나잖아요. 쉽진 않겠지만,
앞으로도 내 안의 중심만은 꼭 지키고 싶어요.
이번 촬영 어땠나요? 그동안 봐온 우기와 조금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화보 촬영을 할 때마다 ‘이번엔 다른 느낌이 었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 늘 있었어요. 오늘도 촬영하면서 새로운 느낌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며칠 후면 드디어 (여자)아이들의 다섯 번째 미니 앨범가 발매되네요. 이번 음원의 특별한 부분이 있다면?
<I LOVE>는 사랑의 감정과 과정을 역순행적 구조로 나열한 앨범이에요. ‘DARK (X-file)’가 상대방과 가장 사랑에 빠진 때라면, ‘Nxde’는 오히려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한 때라고 할 수 있죠. 다들 이번 앨범을 접하면 신선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 미니 앨범 트랙리스트의 콘셉트가 패션 매거진이잖아요.
오늘 촬영한 화보가 거기에 실려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네요.(웃음) 이번 트랙리스트 콘셉트는 소연 언니의 아이디어예요. 매거진 형태의 레이아웃인 만큼, 마지막에는 ‘Editor J.S.Y’ 라는 소연 언니의 콘셉트 필명을 기입했죠.(웃음)
이번에도 곡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우린 데뷔 앨범을 제외하고는 늘 자작곡 중심의 앨범을 선보여왔어요. 의무감 때문에 작곡을 한다기보다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해야 한다’라는 일종의 신념이죠. 그래야 우리의 메시지를 팬들에 게 훨씬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멤버 각자 곡 쓰는 스타일이 다르다는 점 또한 다채로운 앨범을 구성할 수 있는 주요인이죠.
그렇게 작업한 이번 ‘DARK (X-file)’, ‘Reset’의 작사는 소연이 맡았죠.
생각하던 이미지와 부합하는 가사였나요?
물론이죠! 다들 아시겠지만, 소연 언니가 가사를 정말 잘 써요. 제가 아무리 연습하고 노력해도 외국인이라는 한계가 어느 정도 있잖아요. 가사가 잘못 들어갈 경우 자칫 유치해 보일 수 있었는데, 소연 언니 덕분에 좋은 결과물을 얻은 것 같아 다행이에요. 저는 표현하는 데 솔직한 편이라 좋으면 좋다고 바로 말하는 편이거든요.(웃음)
이렇게 새로운 무대를 준비하다 보면 두렵거나 걱정되는 건 없나요? 아니면 그 두려움마저 즐기는지.
사실 무대에 대한 두려움은 데뷔할 때부터 없었어요. 긴장감보다는 미묘한 떨림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저는 그걸 행복한 떨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무대 위에 올라서면 평소보다 잘 해내는 편이니까요. 조금 다른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무대에서 항상 ‘아이들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누군가를 닮아가는 게 아닌, 그저 우리가 하고 싶은 모습을 무대 위로 보여줘야 비로소 (여자)아이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항상 그런 선도자의 역할에 서서 무대를 완성해보고 싶어요.
전 세계 18개 도시에서 개최한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무리한 직후 곧바로 컴백이라 엄청난 스케줄인데,
첫 월드 투어에 대한 소감이 궁금해요.
무대에서 멤버들끼리 댄스 배틀하는 시간이 매번 있었는데, 한 번씩 올라설때마다 (춤 실력이) 점점 늘어가는 것 같아 뿌듯했어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돌아본 만큼, 우리의 사고관 또한 훨씬 넓어진 것 같고요. 이번에
멀리서도 우리를 좋아해주는 팬들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국가는 어디였나요?
미국의 광활함도, 멕시코의 분위기도 새로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국가는 칠레예요. 무대를
즐기는 방식이 너무나 열광적이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도 문득문득 떠오를 만큼요.(웃음)
2016년 베이징에서 오디션을 거쳐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머나먼 타지에서 새롭게 활동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요.
연습생 생활을 하기 전에는 그저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내가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을 부모님 또한 알고 계셨지만, 이렇게 한국에서 연예계 생활을 할 거라곤 상상도 못 하셨을 거예요.(웃음) 오디션을 보는 것까지는 별다른 반대가 없었는데, 문제는 덜컥 붙고 나서였죠. 그전까지는 한 번도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쓴 적이 없던 애가 어린 나이에 처음으로 자신의 길을 찾은 거예요. 그래서인지 한국에 가면 누구보다 열심히 이뤄내야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물론 목표와 무대에 대한 그
마음은 지금도 유효하고요.
‘세상의 온도’라는 유튜브 프로그램에서 우기를 처음 접한 게 기억나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노래를 부른 뒤 반응을 물어보는 콘텐츠였죠.
그 영상의 주인공이었다는 걸 팬들도 알고 있나요?
인생에서 첫 연예계 스케줄이었죠.(웃음) 처음으로 카니발 차량을 타보고, 직접 카메라 앞에 나선 그날. 그래서인지 그 영상을 볼 때마다 초심을 다잡게 돼요. 힘들거나 방황할 때,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지고 단단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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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면 누구나 타인에게 성과를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잖아요.
가족이든 친구든, 혹은 대중이든. 그렇게 바라던 인정과 성과를 얻으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요.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까요?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실감이 전혀 안 났어요. ‘내가 이렇게 사랑받아도 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죠. 물론 무대를 위해 열심히 걸어오긴 했지만, 훨씬 더 노력한 친구들도 많잖아요. 그런 것에 대한 알 수 없는 초조함이 조금은 들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젠 제가 이뤄낸 성과 앞에선 더욱 당당해져야한다는 걸 느끼곤 해요. (여자)아이들에 대한 팬들의 사랑은 노력한 만큼 점점 채워져간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래서 더 열심히, 더 발전된 모습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그간 아티스트로서 순수하게 설렌 작업이나 무대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데뷔 무대가 아닐까요. 물론 데뷔한다는 것만으로도 뜻깊었지만, 가족들이 무대 아래에서 내 시작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 벅찬 느낌이었어요. 한국까지 와서 고생한 시간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죠. 부모님도 그 무대를 직접 보신 뒤에는 별다른 걱정 없이 저를 지켜봐주세요.
지난 정규 1집 활동은 놀라움의 연속이었죠. 1 년 2개월간의 공백을 아이들답게 보란 듯이 채워내고 증명했어요. 지금까지의 음원 중 (여자)아이들의 특성이 가장 잘 나타난 곡을 하나 꼽는다면요?
데뷔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우린 항상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달려왔기에 어느 한 곡을 꼽기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LATATA’도 그랬고, ‘TOMBOY’도, 이번에 새롭게 보여드릴 ‘Nxde’까지 정말 아이들스럽지 않은 곡이 없어요. 물론 좋은 음원 성적도 욕심나는 일이지만 그것을 위해 우리만의 색채나 어떠한 의식을 바꾸는 건 좋은 발자취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건 우리다움을 잃지 않는 거니까요. 그런 것에 결코 흔들리고 싶지 않아요.
귀엽게만 느껴지던 우기가 새로운 이면을 보여준 무대는 바로 Mnet 프로그램 <컴백전쟁: 퀸덤>의 ‘싫다고 말해(Nightmare Version)’ 무대였죠. 예전부터 그런 변화를 꿈꿨다고 들었어요. 새롭게 마주한 자신은 어떻던가요?
그간 보여주던 귀엽고 아이 같은 모습을 불쑥 바꿔보고 싶었어요. 무대의 강렬한 콘셉트에 맞춰 내 안의 깊은 이면을 꺼냈어야 했고요. 그 콘셉트에 조금씩 적응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도 만족스러웠던 것 같아요. 내겐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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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우기는 참 단단하고 견고한 사람 같아요.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결국 지금의 중심을 만들었으니까요. 변화하고 성장하는 삶 속에서 잃고 싶지 않은 것이 있을까요?
제 성격 자체가 긍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스타일이지만, 활동 중 여러 상황에 직면하면서 흔들릴 때가 많았어요. 그때 느낀 건 이런 저 자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거예요.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본래의 나는 나잖아요. 쉽진 않겠지만, 앞으로도 내 안의 중심만은 꼭 지키고 싶어요.
팀 멤버들을 자신보다 더 잘 챙기는 성격으로도 유명하잖아요. 스스로에 대해서는 어떤 편인가요? 자신을 돌보고 위로할 줄도 아는 지 궁금해요. 그게 가장 중요하니까.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주변의 친한 사람들에게 곧바로 달려가 털어놓곤해요. 혼자 앓는 것보다 훨씬 낫잖아요. 다른 사람들의 입장과 의견을 듣다 보면 금세 잊혀요. 신기하죠?(웃음)
최근 가장 위로받은 글귀나 응원이 있다면요?
언젠가 한 팬에게 “우기야 잘하고 있어”라는 응원을 받은 적이 있어요. 언뜻 보기에 화려한 느낌의 응원은 아니지만, 당시 힘들던 제겐 큰 힘이 되었죠. 그 후 팬들이 제게 그 말을 해줄 때마다 감정이 복받치곤 해요. 내가 잘 헤쳐나가고 있다는 것을 많은 분이 알아봐주고 격려해주시는 것 같아서요.
이른 질문이긴 하지만, 이번 활동 이후의 뒤풀이는 어떻게 할 예정인가요?
저를 포함해 운전면허를 딴 멤버가 몇 명 있 어서, 우리끼리 여행 가는 게 지금의 목표예요. 물론 운전대는 제가 잡을 예정이고요.(웃음)